📘 『'나’라는 착각』: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홍우진 옮김|흐름출판|2024년 출간
🧩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망상이다.”
자아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믿지만, 이 책 『나라는 착각』은 그 믿음 자체가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는 20년 이상 fMRI를 활용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나'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는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의 연구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자아’라는 것이 뇌의 진화 과정에서 발명된 이야기, 즉 ‘합의된 망상’임을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 주요 내용 요약
🧠 자아는 편집된 이야기다
책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자아는 실체가 아니라 기억의 편집물입니다. 우리의 기억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하이라이트 릴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게끔’ 만들어진 서사입니다. 우리는 이 서사를 기반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하죠.
“자아는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한 부분을 편집하고 맥락을 이어붙인 기억의 집합이다.” (p.8)
🧠 기억은 불완전하고 왜곡된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빈틈이 있으면 뇌는 이를 자동으로 메꿉니다. 이를 **작화증(confabulation)**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모두가 무의식중에 겪고 있는 현상입니다. 즉, 우리는 날마다 자신에 대한 허구의 서사를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죠.
🧠 우리는 ‘하나의 나’가 아니다
책은 다중 인격의 사례도 소개합니다. 정신질환으로서의 다중 인격만이 아니라,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자아를 가질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 본인의 유체이탈 경험을 통해 비인격화 현상을 설명하며, 자아란 일관된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자아를 가진 채 살아간다.” (p.8)
🧠 뇌는 생존을 위해 자아를 발명했다
인간은 타인과 협력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자아라는 ‘이야기 구조’를 발명했습니다. 뇌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며,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유용한 망상입니다.
🧠 이야기는 뇌를 바꾼다
자아가 이야기라면, 우리는 이야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미디어를 보느냐에 따라 뇌는 영향을 받고 서사가 달라집니다. 이 책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재편집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 실천법: ‘진짜 원하는 나’를 위해
- 기억을 절대시하지 말 것
기억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왜곡을 인지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내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만들 것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자아의 이야기’는 어떤 방향인가요? 매일의 행동과 말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서사를 조정해보세요. - 후회는 변화의 에너지다
후회는 나를 고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후회 최소화 알고리즘’을 제시하며, 후회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 좋은 정보, 좋은 이야기를 선택할 것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느냐가 자아를 구성합니다. ‘읽는 것이 곧 먹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정보도 식단처럼 관리해야 합니다.
✨ 인상 깊은 문장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망상이다.” (머리말)
- “자아는 내가 나와 세상에 들려주는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다.” (p.8)
- “정보의 측면에서 보면,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 (p.262)
💭 감상:
읽는 내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뇌의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특히 저자의 개인적인 유체이탈 경험을 ‘신비’가 아닌 ‘증상’으로 풀어내는 태도는 인상 깊었습니다. 과학이 차가운 논리만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어요.
우리가 삶에서 겪는 혼란과 감정, 자기 회의조차 뇌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오히려 그 이야기의 작가로 살아가는 방법도 함께 배워야겠죠.
『나라는 착각』은 복잡한 뇌과학을 일상과 연결하여 쉽게 풀어낸, 탁월한 인문 교양서입니다.
당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어떤 서사인가요?
그 이야기를 바꾸는 힘, 지금 이 책에서 시작해 보세요.
당신이 믿는 ‘나’는 진짜일까요?
혹시, 아주 그럴듯한 착각은 아닐까요?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나는 뇌과학자입니다』 –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뇌과학자 이야기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기억과 자아에 관한 올리버 색스의 사례 모음
- 『이야기의 힘』 – 인간이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