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타니아 슐리 Tania Schlie
1961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함부르크와 파리에서 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출판편집자로 수년간 일했고 현재는 작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첫 장편소설 『목걸이의 행적』을 발표한 이후 『엘사의 유산』, 『프로방스의 사랑』 등 꾸준히 소설을 써왔다. 동시에 여자를 주제로 한 미술 교양서 『바닷가의 여자들』, 『정원과 여자』, 『레저와 여자』 등을 출간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독일 글뤽슈타트에 살고 있다.
역자: 남기철
건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비롯해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완벽의 배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를 번역했고, 츠바이크의 『이별여행』을 공역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집어들며
오랜 시간 일 중독자처럼 살았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또는 변화없이 늘 그자리에 붙어있는 붙박이같은 똑같은 생활을 접고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글쓰는 여자'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중견 작가인 친구가 물었다. "너는 글을 언제 쓸 거냐?" 웃으며 60이 넘어가면 해보겠다고 했지만,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됐다.그래서 책을 왕창 읽으며 나를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을 찾았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을 찾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여성작가 35인의 글쓰기 무대는 어디란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 나도 나의 글쓰기 무대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목차에서 알 수 있는 작가의 집필 공간
쉬지 않고 글을 쓰다 / 조르주 상드
미국 최초 저항 소설을 쓰다 / 해리엇 비처 스토
식탁에 모여 글을 쓰다 / 샬럿 브론테
고향으로 돌아가 글을 쓰다 / 셀마 라게를뢰프
창가의 침대에서 /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플뢰뤼스 거리의 집 / 거트루드 스타인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아프리카에 내 농장이 있었다 / 카렌 블릭센
세상을 집처럼 여기다 / 캐서린 앤 포터
실용적인 공간 / 애거사 크리스티
뉴욕의 호텔방 / 도로시 파커
보엔의 저택 / 리자베스 보엔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 나탈리 사로트
방랑 생활과 정착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뉴욕의 집 / 한나 아렌트
스톡홀름의 집에서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공공장소를 좋아한 작가 / 시몬 드 보부아르
길 위에서 쓰다 ―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
빛이 잘 드는 시간과 공간 ― 메리 매카시
로마의 작은 다락방 ― 엘사 모란테
트루빌의 바닷가 ― 마르그리트 뒤라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 카슨 매컬러스
접이식 책상에서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요하네스버그의 집 ― 나딘 고디머
임시 처소 ― 잉에보르크 바흐만
나누어진 하늘의 시인 ― 크리스타 볼프
동트기 전의 시간들 ― 토니 모리슨
직업과 가정 ― 실비아 플라스
차가운 호수에 뛰어들다 ― 수전 손택
매력적인 작은 괴물 ― 프랑수아즈 사강
장미가 피어 있는 집 ― 이사벨 아옌데
글쓰기의 의미 ― 앨리스 워커
나는 내 책상에 앉아야만 글을 쓸 수 있다 ― 엘프리데 옐리네크
환상의 비밀 서랍 ― 니콜 크라우스
이 책 저자의 "여성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아, 그건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다분히 개인적인 문제거든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조건이 필요하겠죠."라고
작가 캐서린 앤 포터가 답했다.
정말 캐서린 앤 포터의 말이 정답이었다. 위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누구는 호텔방, 또 다른 이는 시끄러운 카페, 농장, 저택, 장미가 피어있는 집 등등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찾아서 글을 썼다. 그래,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일 테니 어디서 글을 쓰면 좋은지 스스로 찾아 보기로 했다.
글쓰는 여자들의 명언에 눈길이 가다
나의 글쓰기 장소를 스스로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나니, 유명 여성작가 35인의 명언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구성이 작가 이름과 작가의 한 마디, 사진을 펼쳐진 양면 책장에서 볼 수 있다. 뒷장으로 넘기면, 작가의 삶과 글쓰는 이야기, 그리고 작업 공간, 글 쓰는 모습이나 그 외의 모습, 집 등을 담은 사진이 있다. 편안하게 흥미롭게 읽어가니 다 읽은 후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내게는 이들이 이야기를 곱씹으며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35명의 말을 다 담을 수 없다. 모두 의미있는 이야기이지만 몇 개만 적어보려고 한다.
"세상의 절반은 나머지 절반을 히해하지 못한다."_제인 오스틴
"나 자신을 글쓰기로 몰아넣기 위해 내 방이 있어야 합니다."_해리엇 비처 스토
"나는 독립적인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인간이다."_샬롯 브론테
"작가라면 자기가 쓴 글의 가치를 사정없이 재단하고 그 대부분을 파기해 버릴 수 있어야 한다."_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유대인들은 세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배출했다. 예수와 스피노자 그리고 나다"_거투루드 스타인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고."_버지니아 울프
"나를 보여줄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_카렌 블릭센
"다른 모든 일처럼 글쓰기도 견습 생활을 거쳐야 한다."_캐서린 앤 포터
"튼튼한 책상과 타자기 외에는 필요한 게 없다."_애거사 크리스티
"최고의 복수는 글을 잘 쓰는 것이다."_도로시 파커
" 난 한번도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려고 해본 적이 없다."_나타리 사로트
"나 스스로 길을 찾아야 했던 것 같다. " _한나 아렌트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다."_메리 매카시
"나는 내가 창조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 . 덕분에 나의 외로움은 늘 누그러진다." _카슨 매컬러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글쓰는 행복을 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_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_토니 모리슨
"창조력의 가장 큰 적은 자기불신이다."_실비아 플라스
"작가란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_수전 손택
"글쓰기는 죄악과 폭력의 괴로움으로부터 나를 구했다."_앨리스 워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읽어만 보아도 설명 필요없이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알 듯하다. 쓰지 못해 아프고, 아파서 쓰고, 살기 위해 글을 쓰고, 숙명처럼 쓰고 ... 글쓰는 여자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써야만 한다면 왜 내가 글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런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집필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