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평론집
[거짓말하는 어른]은 동화작가이자 평론가인 김지은이 쓴 동화 평론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론집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었다. 내가 읽었거나 혹은 처음 대하는 작품들에 대해 읽으면서 미처 만나지 못한 세상을 접하는 듯 설레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동화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동화를 대하는 저자의 시선
저자는 동화작가와 어린이 독자, 작품 속에 그려진 세계, 또 우리 어린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다가올 미래까지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걱정하며 다독이고 있었다.
전략
좋은 동화는 감쪽같은 거짓말이다.
어른이 만들었지만 어른이 만들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어른이 지켜주고 있지만 어른이 간섭하지 않는 태평한 세계다.
어린이들은 이런 동화를 읽으면서
비로소 어른 없는 미래를 용감하게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내가 글을 쓰는 동력은 세상에 이렇게 좋은 동화책이 많은데'라는 안타까움이 첫째였다.
이 멋진 책들을 쓴 거짓말하는 어른들,
양심에 털 난 탁월한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어른이 없는 사이에 식씩하게 자라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아. 너희들 참 멋지다. 파이팅!
<책머리에>에서
책의 구성 (3부)
1부 ‘부재_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학업 경쟁에 내던져진 현실과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작품(한윤섭, 유은실, 이경혜, 은이정 작가 등)을 함께 읽으면서 어린이들이 겪는 상처를 쓰다듬고 못다한 속말을 대신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어린이의 상처를 직접 어루만지고 함께 굶주리는 일은
어떤 사설이나 보고서도 해낼 수 없는,
아이들이 따뜻하게 잠들 수 있도록
이불을 덮어주고 곁에 누워주는 동화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11쪽)
2부 ‘목소리_ 나에게 말을 걸어준 동화’에서는 여린 목소리를 가진 주인공이 작품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 독자가 작품 속 인물과 서사를 통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과 마주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들어가 변화를 이끌어내 성장하게 만드는 동화는 여린 목소리를 가진, 없는 듯한 아이들을 통해 모두가 세상을 이해하고 함께한다.
내 마음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사회적 마음을 상상하는 일은 소중하다.
우리가 타인의 삶에 대해 상상하는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의 어떤 중요한 부분은 영원히 달라지지 않는다.
동화는 그것을 일러준다.(85쪽)
3부 ‘꿈_ 책을 넘어서 사람을 향해’는 동화 속 인물의 생명력이 중요한 까닭을 말한다. 잔인한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 독자들과 공동체적인 의분을 나누고자 한 동화작가들의 문제의식을 집중 조명한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왜 어린이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무게를 나누어주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책 앞에서 설레고 책 앞에서 두려워지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책의 매력 속으로 걸어들어가기 어렵다.
책의 무게를 안다는 것은 비밀스러운 진리가 갖는 무게를 안다는 것이다.
책의 매력에 빠져든다는 것은 역사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이 읽은 자들과 사람과 세상에 대한 책임을 나눈다는 뜻이다. (157쪽)
그는 문학의 희망은 어린이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동화에 대한 그의 서평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뭐라고 감상을 쓸 수 없을 만큼 아동문학이 지닌 큰 힘이 느껴진다. 누구라도 가볍게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어린이와 글로 만나고 싶은 어른이라면 어린이의 세계와 그들이 살아갈 내일의 무게를 가늠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 어린이에게 어른의 짐을 지우는 사회는 온당치 않다.
누구라도 어린이의 건강한 유년을 착취하지 않아야 하며,
약자인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른의 의무다.
동화 속 어린이들이 굳이 어른의 짐을 나눠서지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은 작가의 목표이며
우리 공동체의 목표이기도 하다.'(218쪽)
'잔인한 시대의 문학은 어린이의 눈, 청소년의 손으로부터 구원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학이 이들에게 준 힘이, 이들의 건강한 눈이, 잔인한 시대로부터 문학을 지켜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아동청소년문학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이유다.(242쪽, 이 책의 마지막 문단)
동화의 세계를 알고 싶은 이에게
오래 전 나온 책이지만 동화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게 만든 책이다. 검색을 통해 [어린이, 세 번째 사람]이라는 저자의 새로운 평론집을 보게 됐다. 힘이 있지만 따듯한 저자의 또다른 서평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동화의 세계를 더 자세히 알고 싶거나 동화를 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